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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연재상자/삼국지 소설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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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모두 전쟁터에 나가있고 여기저기서 승전보가 들려오는 유비군의 초소. 그 가운데 두 사내만이 비장한 눈빛으로 앉아있는 곳. 오랜 침묵 끝에 제갈량이 말한다.

"이 전쟁은 이길거요. 이것은 그대도 잘 알고 있소."
"과연 공명선생은 모르는게 없으시군요."
"또한 그대가 주공을 도와 한조재흥을 성공시키기 위해 힘을 다 하리란 것도 알고 있소."
"......"
"그러기 위해선 그대와 내가 같은 자리에 있는게 최선이라고 할 수가 없소."

지노는 공명을 쳐다보았다. 공명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으나 오랜 고심끝에 꺼낸 말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것이 낫다는 것이지요?"
"지금은 난세. 여기저기서 제후들이 들고 일어난 이 때에 그들의 힘을 분산시키는 것 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것이오."
"저더러 소진, 장의가 되란 말씀이신지요?"

소진과 장의는 언변술로 군주들을 움직여 합종, 연횡을 성공시킨 장본인들이었다. 당시의 천하의 균형은 그들이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반대요. 그들은 각 나라들의 힘을 합쳤던 사람들이고, 그 같은 방법은 우리에게 좋을게 없을거요."
"혹시..."

지노는 공명이 엄청난 말을 하리란 것을 짐작하고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선생이 그린 천하삼분지계를 깨려는 생각이시오?"

천하삼분지계는 유비가 공명의 집을 찾아갔을때, 내 놓은 큰 계책으로, 영웅을 흉내낸 제후들이 몰락하고 유비, 조조, 손권이 그 균형을 유지하며 천하를 나누는 때를 그린 계책이다. 이른 바 '솥발처럼 갈라선 천하'를 말한다. 솥은 그를 지탱하는 3개의 발이 있고 그중 하나만 약해져도 그 쪽으로 기울어 솥이 쓰러지고 만다. 천하를 이러한 솥에 비유하여 각각 균형을 잡고있는 세개의 발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공명의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 공명은 힘의 분산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귤색(지노의 자)을 보니 천하삼분지계보다 더 좋은 계책이 떠올랐소."
"알려주시오."
"그대는 이 곳을 떠나 새로 세력을 키우거나 그게 어렵다면 작은 세력에 의탁하여 크게 만드시오.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오."
"보이지 않는 동맹이라..."
"그렇소. 어느정도 나라를 강하게 만들었다면 우리 주공도 어느정도 세력을 형성하고 있을 것이오. 두 나라가 조조의 숨통을 조여오면 손권보다 더 든든한 동맹국이 될 것이오."
"조조군의 멸망 후엔 손권이겠군요."
"그렇소. 그렇게 되면 우리 주공이 한을 이어받을 만큼의 영토가 될 것이며 그대의 나라도 꽤 강성해 져 있을 것이오. 두 나라가 균형을 잡고 있다면 어떠한 이민족도 견딜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제가 그 큰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렇다면... 원직을 데려가시오."
"서서선생을?"
"그와 함께라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오."
"그렇지만 그도 이곳에서 공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조조의 간계로 우리 주공과 같이할 수 없을 뻔 한걸 그대가 구해줬잖소."
"....... 그럽시다."

제갈량과 지노는 손을 맞잡으며 야망의 불꽃을 그 눈동자 속에서 확인했다. 지노는 그 길로 바로 유비를 만나 은밀히 그 같은 뜻을 전하고 서서와 함께 여정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전사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서서에게는 동맹을 위한 자금이 맡겨졌다.

"자 그럼 어디서 세력을 키워볼까요?"
"이 곳은 형주 남부군요. 우선 주막에 들어가 모색해 봅시다."

그들은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어느덧 밤이 깊어 잠을 청하려 할 때 밖에서 소동이 난 듯 밝아지며 시끄러워졌다.

"내가 나가보겠소."

서서가 문을 열어보니 횃불을 든 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마도 마을을 습격하려 내려온 산적인 듯 싶었다.
  
"큰일이오! 어서 나오시오!"

그 때였다. 산적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지노와 서서를 보고 소리쳤다.

"수상해 보이는 자다! 어서 짐을 뒤져라!"


<18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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