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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연재상자/삼국지 소설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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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자룡이 약간의 군대를 이끌고 적군이 보일때까지 달렸을때, 적장 하후돈이 앞서 나오더니 자룡을 향해 소리쳤다.

"네놈은 또 어떤놈이길래 목을 보태러 온것이냐! 실로 유비에겐 인재가 없나보구나 하하하!"

그 말에 발끈한것인지, 작전인지 자룡은 성난 기색을 보이더니 대꾸도 안하고 그대로 군사와 맞붙었다. 우선 하후돈을 찾아 창을 몇번 부딪혔다. 그러나 제갈량에게 받은 영이 있어서 힘대로 싸울 순 없었다. 너무 잘싸우다가 도망가면 꾀어들일 수 없기에 자룡은 칼을 몇번 더 막기만 하고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순간 하후돈은 군사들에게 칼을 한번 휘둘렀고 그게 신호인지 모든 군사들이 자룡의 군대를 쫓기 시작했다. 하후돈은 승리를 눈앞에 뒀다는 생각에 취해 기세 등등하게 자룡을 쫓았다. 자룡은 다시 말머리를 돌려 몇번 창칼을 부딪히더니 이내 등을 돌려 달아났다.
이때 조운이 거느리는 군사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그래도 조운의 뛰어난 용맹을 믿기에 어느정도 싸움다운 싸움을 기대했던 군사들은 모두 겁먹은채로 달아났다. 이때 하후돈의 부장 한호가 하후돈에게 급히 말했다.

"적은 우리를 꾀이고 있습니다. 너무 깊숙히 들어가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하하하! 약한소리 하지 말게나. 저들의 꼬락서니를 보게나. 복병이 있으면 같이 짓뭉개주면 되지 뭘 걱정이냐!"

하후돈은 이미 승리한 싸움이라는 자신의 생각에 취해 조심성마저 잃어버린 채 그들을 쫓았다. 산모퉁이를 돌 때, 한차례 함성소리가 들리더니 유비와 지노의 군사가 약간의 군사를 끌고 몰아왔다.이때 지노가 든 무기는 돌맹이였다. 아직 무기쓰는게 익숙치 않은지라 그저 돌팔매가 전부였다. 근거리 싸움은 불가능하다고 보는게 옳다. 어쨌든 복병을 만난 하후돈의 군사들은 약간 주춤한 상태였다. 이때 하후돈이 외쳤다.

"저것도 매복한 군사더냐! 나에겐 목을 보태러 온 불쌍한 군사들일 뿐이다! 진군하라!"

이에 유비의 군대는 다시 어지러워지고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때 지노는 첫전투에서 매우 정신이 없었다. 그걸 알아챈 유비가 지노를 불렀다.

"이번 전투는 그대에게 처음이라 약간 무리인듯 싶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니 이번엔 내 전차에 오르는게 좋겠소."

이에 지노는 유비에게 감복하며 말에서 내려 유비의 전차에 탔다. 그때 그 말을 받은 한 보병이 말을 타고 좋아하다가 적군이 던진 단도에 맞아서 쓰러지는것을 보고 지노는 안색이 파랗게 되었다. 그렇게 어느정도 도망을 쳤을 때, 익숙한 산모양이 보였다. 지노는 속으로

'후훗... 하후돈 니네들은 여기서 불에데인 아이처럼 제갈량을 두려워 하게 될 것이다.'

라고 중얼거렸고 자신이 계속 말을 타고 있었으면 단도를 맞았을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이때 하후돈은 유비를 쫓는데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같이 전투에 참가한 이전과 우금이 먼저 걱정을 하게 되고 뒤에서 오는 군사에게 걸음속도를 늦추라 이르고 하후돈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힘을 다해 달려오던 군사들은 쉽사리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급히 속도를 늦췄다가는 자기들끼리 밟히는 사태가 벌어질 상황이었다. 우금이 하후돈을 발견하자 소리쳤다.

"도독께서는 잠시 멈추시오!"

하후돈이 그 말을 알아듣고 멈춰서서 우금을 맞이했다.

"무슨일이시오? 유비가 코앞인데."
"저 산을 보십시오. 만약 적이 화공을 쓴다면 큰일입니다. 그리고 산을 가득덮은 살기가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그제서야 하후돈도 느껴지는게 있었다. 자신을 따라오던 군대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발길을 돌려라! 더 나아가지 말아라!"

근데 마치 그 말이 신호라도 되듯 양쪽 산에선 크게 함성이 울리고 한줄기 불이 하후돈의 군대가 있는 양쪽 갈대숲에 옮겨붙기 시작했다. 하후돈이 다시 소리쳤다.

"적의 계략에 빠졌다! 어서 돌아가야한다! 서둘러라!"

그 소리에 더 겁을 먹은 조조군의 군사들은 정말로 자기들끼리 밟혀죽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도망가던 조자룡과 유비, 지노의 군대가 다시 덮쳐오니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그쯤되자 불길도 매우 거세어져 전장은 불구덩이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그제서야 지노도 힘을 내어 그들에게 돌을 던졌다. 미처 피하지 못한 적군들이 여럿 상처를 입었다.
후대에 오던 이전의 군사들은 앞쪽에서 불길이 일고 어지러운것을 보고 서둘러 철군하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뜻같지 못했다. 한떼의 군마가 그들을 막은것이다. 그는 관운장이었다. 관운장을 본 조조의 군사들은 모두 겁에 질려 창칼을 버리고 달아났고 그들에겐 다행으로 관운장은 그들을 끝까지 쫓지않고 군량과 마초만 불태웠다. 또 멀리서 군량이 불타고 있는것을 본 우금은 더이상의 싸움은 글렀다고 보고 샛길을 찾아 달아났다. 이때, 타고있는 군량을 보호하려는 장수가 있었으니 하후란과 한호였다. 그러나 그들을 맞은것은 장비였다. 장비의 창에 제대로 손을 놀려보지도 못하고 쓰러진 하후란을 본 한호는 그대로 말에 채찍질을 하여 달아났다. 유비의 군사들은 마음놓고 적을 한참이나 죽이거나 쫓아보냈다. 실로 하후돈의 크나큰 참패였다.
하후돈이 패군을 어느정도 수습했을땐 처음에 데려갔던 수만의 군사들은 태반이 꺾여있었다. 분함을 억누르며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유비군도 처음부터 숫자가 많지 않았는지라 더이상 쫓진 못했다.
한편 유비의 군막에선 모두들 제갈공명에 계략에 감탄해하며 엎드려 절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명은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성으로 돌아갈때 백성들이 마중나와서 그들을 맞이하였다. 그들의 칭송으로 성안이 시끄러웠다. 유비의 군사들은 그들이 겪은 싸움중에 가장 감격스러운 전투임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공명을 못마땅해하던 장수들도 모두 공명을 믿고 따르게 되었다. 유비의 공명에 대한 신임이 높아졌음은 말할것도 없다. 공명의 첫 전투는 이렇게 끝이 났다.

<1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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