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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심리상자

김정일 VS 노무현 - 2007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김정일의 태도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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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07년 말에 김정일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던 시점에 작성한 과제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김정일의 핵 실험 시점이 맞물리면서,
예전이 쓴 글이 떠올라 이렇게 블로그에 올린다.







■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2007년 10월 2일. 노무현대통령이 북녘 땅을 밟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습니다. 한 민족, 다른 이념의 정상이 7년 만에 만나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뉴스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육로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광경을 생방송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생방송의 묘미인지, 뉴스의 보도는 허술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편집 없이 바로 보내주는 영상을 통해 긴급하게 작성한 내용을 토대로 보내는 보도는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직접 정상회담에 참여할 수 없었으니 보내온 동영상을 즉시 해석하여 보도하는 것인 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오찬에 대한 영상이 방영될 때, 진행자들도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영상인지라 장면을 즉시 해석하여 방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상에서 한참동안 두 정상이 있는 테이블만 보여주다 보니 "아마 소수의 인원만 오찬에 참석했나 봅니다."라고 해석했고, 동영상의 마지막에 전체를 잡아주며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자, "모두 참석했군요."라고 정정하였습니다.


■ 2000년과는 다른 김정일의 태도

이상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태도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맞이할 때는 두 손을 맞잡으며 정중하게 대했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할 때는 한 손으로 악수하고 표정도 굳은 채로 일관하였습니다. 연합뉴스에서는 김정일의 표정을 비교하며 7년 동안 노쇠하여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해석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뉴스의 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만약 김정일이 정말로 건강이 좋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건강해 보이도록 꾸몄을 것입니다. 김정일은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표정으로 드러낼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김정일의 태도를 새롭게 해석해보기로 하였습니다.


■ 협상전문가 김정일

그 동안 북한의 외교성과를 보면 김정일은 노련한 협상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美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북핵 협상에서 김정일이 부시를 이겼다고 기고한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정일이라는 인물에 대해 ‘협상전문가’라는 배경지식으로 출발하여 해석하기로 하였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 첫 날,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밝은 표정을 되찾았습니다. 저는 하루 만에 판이하게 다른 태도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지극히 의도적인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일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하자고 제의합니다.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은 모두를 긴장하게 하였습니다.


■ 협상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

저는 하루 만에 태도가 변한 김정일이, 어떤 협상 전략을 가지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김정일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북녘에서 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김정일에겐 유리한 측면인데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협상에 대한 불안감을 안겨주고 기대치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날, 밝은 표정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기에, 전 날의 우려와 달리 협상이 잘 될 것 같은 안도감과 협상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최초 목표가 10이었다면 7로 낮아진 기대치에서 8을 달성하였다면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정을 미루고 복귀를 늦추라는 제안을 합니다. 이를 통해 김정일은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승낙했다면, 계획 변경에 따른 심리적 혼란이 가중되어 정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도하에 협상이 이루어지기 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상의하여 대답하겠다고 미루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여기에도 대비하였는지 대통령이 그 것도 결정하지 못하냐며 무능함을 꼬집습니다. 성명서에 서명을 할 때도 노무현 대통령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그 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보이는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우위를 지키고 싶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여유로운 입지를 놓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 해석의 차이

저는 해석학 과제의 대부분을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로 작성하였지만, 이번만은 협상전문가라는 사전 지식을 통해 김정일의 태도를 해석해 보았습니다. 생중계되는 영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굳은 표정을 보며 건강이 악화되었을 것이라고 해석한 기자의 해석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모든 것이 협상 전략인 것 같았습니다. 왜곡이 잦은 뉴스보도라는 텍스트는 아무래도 사전 지식을 통해 재해석해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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