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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톡!직업]21세기DJ ‘음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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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톡!직업]21세기DJ ‘음악 에디터’
[경향신문 2004-12-06 16:33]
1970년대 음악다방에서 볼 수 있었던 DJ(디스크 자키)가 인터넷을 통해 돌아왔다. DJ가 손님의 기분에 맞게 음악을 틀어주고 사연을 읽어주었던 것처럼 공간만 인터넷으로 옮긴 ‘21세기 DJ’인 ‘음악 에디터’가 생긴 것. 음악 에디터는 목소리 대신 음악과 어울리는 글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터넷 음악사이트 오디오닷컴(www.ohdio.com)에서 테마에 따른 음악과 글을 올리는 이민주씨(26)는 사이트 내에 있는 웹진(인터넷 상의 잡지)에서 ‘스페셜 기획’과 ‘IN 아티스트’ 코너를 맡고 있는 음악에디터다. 관심가는 주제나 예술가를 정하고 그 이미지에 맞는 노래를 10여곡 선곡해서 들을 수 있게 해놓는다. 주제는 제주도 여행, 골목길, 여름 등과 같은 것에서부터 포르쉐자동차, 돌체앤가바나 등 디자인·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행 : 커피 존(Coffee Zone)’이란 테마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오는 식이다.

“222…커피하면 문득 떠오르는 숫자입니다. 커피, 프림, 설탕 2스푼씩. 일명 다방커피라고도 얘기하죠. … 힘이라는 뜻의 아랍어인 카파(caffa)에서 그 어원이 시작된 커피는 커피나무의 열매 씨를 이용해 만든 음료로 원산지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로 알려져 있습니다. … 테이블이 아닌 책상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고 다방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는 저에게 잠깐의 여유로움이 그리울 뿐입니다.”

커피에 어울리는 노래로 이씨가 선곡해 놓은 곡은 앤더스 요한슨의 ‘굿모닝 미스터 커피’(Good moring Mr.Coffee), 그린데이의 ‘409 인 유어 커피메이커’(409 in your coffee maker), 브라운아이즈의 ‘위드 커피’(with coffee), 알란파슨스 프로젝트의 ‘올드 앤드 와이즈’(old and wise) 등이다.

단순히 주제어가 포함된 노래를 고르는 것뿐 아니라 테마에 맞는 분위기의 곡을 발굴해내는 것이 포인트. 어떤 곡이 선곡되느냐는 전적으로 음악에디터의 능력에 따른다. 얼마나 많은 노래를 아느냐가 선곡의 넓이와 깊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광적으로’ 음악듣기를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음반이 1,000장을 넘을 정도의 마니아다. 대학에서도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고, 피아노를 부전공했으며 베이스기타를 다룰 수 있는 실력파다. 음악 에디터가 되기 전에는 연예기획사에서 발굴된 신인에게 작곡, 노래 등의 교육을 담당했다. 자신만의 노래 데이터베이스는 수준급으로 갖추고 있다.

음악에디터라는 직업은 인터넷상에서 파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유료화되는 과정에서 새로 생긴 직업이다. MP3를 다운받는 것,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유료화되면서 글과 함께하는 음악 콘텐츠 공급자라는 신종 직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네티즌 설문조사를 통해 리메이크 했으면 좋은 가수와 노래를 선정해 그를 바탕으로 만든 리메이크 디지털 싱글앨범 등 인터넷 상의 음악 콘텐츠(디지털 앨범)를 만드는 것도 음악 에디터의 일이다.

이씨는 “지금은 음악사이트가 유료화되는 초기 단계여서 네티즌들이 주로 최신 인기음악만을 찾는다”며 “숨겨져 있는 좋은 노래를 찾아 콘텐츠로 만들어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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