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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연재상자/삼국지 소설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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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거짓 16

  그 때, 조조군은 거침없이 유비군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선봉에 있던 허저가 먼저 유봉과 미방의 군사를 보았다. 그들은 제갈량에게 받은 명령대로 군사들과 현란한 브레이크댄스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 화려한 광경을 본 허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저것은 내가 그토록 하고싶어하던 토마스, 윈드밀이 아니더냐!"

넋이 나가 군사를 내지 않고 구경하던 허저군은 뒤따라온 조인군과 마주쳤다. 조인이 허저를 보고 꾸짖었다.

"왜 군사를 내어 밀지 않는 것이오!"
"조인장군 마침 잘 오셨소. 저 화려한 헤드스핀을 보시오!"
"오오... 대단하구려. 그런데 뭔가 어색한듯 싶소만..."
"무슨말이오?"
"바지를 위에 입고, 상의를 밑에 입어 선채로 도는 것 같지 않소?"
"헉 그러고보니 다리가 짧은게 어색하구려!"
"우리가 속은거요! 어서 공격합시다!"

그러나 그들이 당도했을 땐, 한 사람의 군사도 보이지 않고 바닥에 돌로 만든 낙서가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한 것은 헤드스핀이 아닌 풋스핀이었다.'

자신이 속았음을 한탄하는 한편 조인의 눈썰미에 감탄한 허저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 곳에는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산 위의 정자에서 제갈량과 유비가 삼육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저가 불현듯 소리쳤다.

"유비! 당신은 40에 박수를 쳤소!"

그에 유비가 허저를 보며 대답했다.

"10의 자리에도 박수를 치기로 했소."

허저는 그 광경에 흥미를 느끼고 군사들을 내몰아 산 위로 진격했다. 유비와 제갈공명을 만나면 꼭 같이 삼육구를 하고 싶었다. 셋이서 삼육구는 재미가 없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잠시 멈추어라. 이상한 냄새가 나는 듯 하다."

허저가 진격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보니 꼬질꼬질한 양말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유비군이 일주일동안 신었던 양말을 벗어서 던지던 중이었다. 그 와중에 양말을 받아 냄새를 맡고 있는 변태적인 군사도 눈에 띄었다. 겁이 난 허저는 군사를 물리고 신야성으로 길을 돌려 진격하였다. 뒤따라 오던 조인이 허저를 보고 말했다.

"군사를 되돌리시는구려. 저기에 유비군이 주둔한 것을 보아 신야성은 비었을 것이오. 그래서 그대도 군사를 돌리는 것이오?"
"아... 무, 물론이오! 양말따위로 인해 군사를 돌리는 것이 아니오. 자 갑시다!"
"......?"
"......"

신야성은 비어있었다. 조인이 보기엔 유비군이 백성들을 데리고 피신한 것으로 보였다. 조인은 손쉽게 성을 차지했다는 사실에 도취되어 회의실로 들어가 쉬고 있었다. 밤이 되자 한 군사가 알렸다.

"성 안에 불이 났습니다!"
"그럼 꺼라."
"네."

조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잠을 청하려 했다. 그 때 문득 아까부터 심해진 바람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곳은 온통 불바다였다. 아까부터 났던 탄 냄새는 오징어 굽는 냄새가 아닌 마을이 타는 냄새였던 것이다.

"장군! 동문만 불길이 없습니다. 그리로 피하시지요!"

그에 모든 군사들은 동문으로 피해갔다. 그제서야 한 숨 돌린 그들은 숨을 미처 쉴 틈도 없이 조운의 군사와 마주쳤다.

"적장은 이 조자룡의 칼을 받아라!"
"자네가 이조자룡인가?"
"닥쳐라! 난 조자룡이다!"

조인은 자신의 군사가 훨씬 많음에도 불길에 한번 놀란 터라 조운의 3천 군사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도망가는데, 유봉의 군사가 나타나 다시 한번 혼을 빼놓고 갔다. 이젠 강이 앞을 가로막았다. 군사를 시켜 알아보니 강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얕았다.

"모두 그대로 건너가라!"

물은 차가웠다. 이내 군사들은 시끄럽게 강을 건넜다. 그 시끄러운 소리는 상류에서 물길을 막고 있던 관우의 귀에 들어갔다. 이에 관우는 군사들을 시켜 강을 막은 흙더미를 무너뜨렸다. 조인군은 많은 군사들을 물 속에 잃고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물길이 약한 나루를 발견했다. 군사들이 모두 좋아서 나루로 달려갔다. 그 때였다.

"그건 나루세가와 나루가 아니다!"

조인이 깜짝놀라 뒤를 돌아보니 장비가 만화 '러브히나'의 나루 코스프레를 한 채로 진격해왔다. 허저가 장비와 몇 합을 싸우다가 이내 기세에 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장비가 여장을 한 채로 귀여운 척을 하는 것은 봐줄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조군을 물러나게 한 유비군은 배를 타고 번성으로 퇴각했다. 아무리 한 전투에서 크게 이겼으나 조조의 대군을 맞서기에 유비군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 때에 공명이 지노를 보며 말했다.

"그대와 할 이야기가 있소."


<17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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